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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Stranger』 – 꿈 꾸는 자의 마력 | 전자인형의 마리화나라디오

완전한 세계의 불완전



싸지타의 데뷔앨범 『Hello World』는 좋은 앨범이었다. 매우 비현실적인 공간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꿈에서만 완전할 수 있다는 선언(「Hello World」)이 앨범을 관통한다. 이들은 세상을 가장 사나운 추위 속에 고독처럼 얼어붙어 자는 잠(「남극의 밤」) 이라고 인식하고 몽환적인 해파리들을 따라(「Jelly Fish」) 꿈으로 침잠해 갔다. 그 세계는 「옛날 옛날에」처럼 역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아득한 곳이었다. 그래서 싸지타의 노래는 슬프다. 현실에서는 조금도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처럼 아프다. 꿈에서는 완전하다고 노래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앨범 전반에서 메이저 코드는 마이너로 탈색되어 있고 심지어 로큰롤을 연주하는 「가자」조차도 코러스를 통과하면서 요사스런 몽환을 선사받는다.



사실 이런 세계관은 록이나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매우 익숙한 것이다. 부정과 저항이 그 속성인 록음악의 특성상 내면 깊은 곳으로의 침잠이나 외계로의 이탈,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모두 같은 배에서 나온 쌍둥이들이다. 그들과 대립하는 세계가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현실을 부정하는 힘은 커진다. 이 지점에서 싸지타는 이우성의 코코어와 연계점을 형성하고 있다. 



어쨌든 싸지타는 자신들이 원하는 세계가 현실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여러 가지 시각적인 장치들(수많은 동봉 엽서들)과 음악적 어법(60년대 샌프란시스코산 코러스 등)을 통해서 표현해 냈다. 물론 이런 시도가 복고의 트랜드를 좇았다는 오명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앨범 안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잘 짜여진 구조의 건축물처럼 만들어 놓았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불완전한 세계의 완전



일괄된 세계관에 의해 탄탄한 구조를 획득했던 데뷔 앨범과는 달리 두 번째 앨범 『Hello Stranger』는 느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일곱 곡의 짧은 연주곡들의 배치가 그렇게 느껴지게 만든다. 앨범을 여는 연주곡인 「Seoul Soul Sul」은 구닥다리 뽕짝 올갠 소리에 약간의 마약성분을 첨가했다. 단편영화를 위한 음악이었던 「Happy Birthday」는 색소폰과 멜로디언을 사용해 발칸반도와 에게해를 잇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생일을 연출해 낸다. 더욱 짧은 「Say Bon Voyage」는 어떤가? 기차역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천정 꼭대기에게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일관된 흐름도 유사한 스타일도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 연주곡들은 공기처럼 아련한 느낌만 존재하는데 마치 여러 현실 공간들을 부유하며 느낀 단상들을 적어 놓은 수첩의 한 페이지들 같다. 



그렇다면 전작과 비교해 가설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Hello World』가 현실과 대립하며 현실 아닌 곳에 그들만의 완전한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Hello Stranger』는 현실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현실에 대립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 종교가 있는 한 구원은 없다고 한 4년 전의 날카로운 모습이 아니라 부유하는 검은 비닐봉지가 되어 대립에 살짝 비껴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는 믿음에서, 이방인일지언정 현실에서 존재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므로 가사들도 현실이나 구원 따위의 거대한 문제보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잊혀짐의 기억이 주를 이룬다. 거리의 경적이 우주 관현악처럼 들리고 가로등이 거대한 우주 미러볼처럼 느껴지는 순간(「마음에 남았네」)을 포착해 내니 결국 사랑의 잔영이었다는 고백이 이 앨범을 설명하는 열쇠가 된다.



이미 현실에 들어 왔음으로 튼튼한 고립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했던 히피들의 상징이나 샌프란시스코산 코러스 따위는 필요치 않다. 이방인임으로 벗어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지만 욕망하는 것도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음악적 형식도 철저히 단순해진다. 「Bon Voyage」를 들어보자. 7․5조 운율에 맞춘 처연한 5음계 멜로디라니……. 과장해서 말하면 100년 전 유행했던 창가라고 해도 믿겠다. 이 곡에서 말하는 ‘아 그리워라 혁명의 그 시절’이라는 가사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고립의 세계, 혁명의 공간인 ‘Hello World’를 과거형으로 바꿔버렸다는 증거다.



욕망 없이 현실에 들어온 존재들인 이방인은 욕망에 포박되어 있는 자들보다 본질을 분명히 바라본다. 그런 점에서 이정은의 중성적인 목소리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혼성 듀엣의 남자와 여자라는 구분을 없애버리고 양성의 초월적 존재들이라는 뉘앙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만든 「도레미송」의 단순 명백한 가사들이 유아적 단순성이 아니라 순환되는 세계의 섭리로 읽히는 것도 이런 양성적인 뉘앙스의 효과이다.



시끄러운 현실을 고요하게 부유하며 진행되던 이 앨범은 12번 트랙 「보물섬」을 끝으로 멈추게 된다. 소설로 치면 대단원을 앞두고 있는 위기랄까? 이 앨범의 절정부인 11번 트랙「Von Voyage」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곡이 끝나는 부분에서 ‘어기야 디어라 떠나는 님이여 안녕’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의 이미지는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노래가 죽음을 의미한다는 정확한 정보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고고하게 현실을 부유했던 싸지타의 음악이 어떤 결론에 도달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Bon Voyage」는 중요한 트랙이다. 만약 이 마지막 구절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그래서 13번 트랙 「오키나와 러브 송」이 죽음 이후의 마지막 씬을 연출한 것이라면 우리는 싸지타의 다음 앨범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만약 강을 거슬러 떠나는 님의 모습이 죽음이 아니라면, 「오키나와 러브 송」은 대립되는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론이 된다.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오후 6시 25분쯤 은근한 석양을 바람과 함께 맞으며 우쿠렐레를 켜는 행복한, 그리고 유일한 도피 말이다.


꿈 꾸는 자의 마력



첫 번째 앨범에 들어 있던 십 수장의 엽서들은 참 실용적이지 못했다. 한 쪽은 커다란 2절 포스터의 조각들이고 그 반대편은 이우성과 이정은의 사진들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적어 사람들에게 줄 수도 없는 엽서였다. 몇 년 째 책상 서랍에만 넣어 둘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번 두 번째 앨범엔 아예 북클릿이 없다.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 너머로 CD 알몸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불법 복제 CD라도 한 장짜리 커버는 들어가기 마련인데, 앨범 정보를 볼 수 없어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상품으로서 가치도 상실한 듯 보인다. 



싸지타의 음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실용적인 아이템을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죽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Hello Stranger』, 이 싸늘하면서도 따뜻한 한편의 영화는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불안과 허무를 벗 삼아 부유하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에게는 뛰어난 위로로 기능할 것이다. 꿈 꾸는 자의 마력이 드러나 있는 앨범이다. 수많은 명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080616 전자인형]

★★★★

[출처] 음악취향 Y http://cafe.naver.com/musicy 전자인형